검색결과1건
프로야구

[레전드의 제언] 백 투 베이직…'기본'으로 돌아가자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를 살펴보라. 선현들의 지혜를 엮은 명심보감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국 최초의 스포츠 전문지인 일간스포츠가 창간 53주년을 맞아 프로야구 레전드 선동열(59) 전 국가대표 감독, 이만수(64) 전 SK 와이번스 감독, 김시진(64)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KBO리그의 과거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함께 대비하기 위해서다. 선동열 전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은 '국보(國寶)'다.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1.20에 불과하다. 1993년 달성한 평균자책점 0.78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저 기록. 이만수 전 감독은 1982년 프로야구 1호 홈런의 주인공이다. 1986년 사상 첫 개인 통산 100홈런 고지를 정복한 '공격형 포수'의 대명사다. 김시진 전 감독도 1987년 프로야구 첫 개인 통산 100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이다. 1985년에는 단일 시즌 역대 3위인 25승을 따냈다. 세 감독 모두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프로야구 40주년 '40인 레전드'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지난 26일 일간스포츠 창간 53주년 사진전 '스포츠, 함께 울고 함께 웃다' 개막식에 참석한 선동열·이만수·김시진 전 감독은 웃지 못할 과거 에피소드부터 근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두 시간 가까운 인터뷰 시간 내내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사뭇 진지한 대화가 오간 순간도 있었다. 프로야구 현안 관련 화두를 던졌을 때였다. KBO리그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레전드'답게 날카로우면서도 후배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이 테이블 위에 쏟아졌다. 그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건 '기본'이다. 먼저 운을 뗀 건 김시진 전 감독이다. KBO 경기감독관인 김 전 감독은 프로야구 현장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본다. 아무래도 눈이 가는 건 투수다. 그는 "투수라면 일단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요즘 투수들은) 그렇지 않다. 볼을 던지고 스피드건부터 쳐다본다"고 꼬집었다. KBO리그 투수들의 구속은 매년 향상하고 있다. 선수의 체격이 커지고 기술이 발전한 결과다. 하지만 제구가 따라주지 않는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BB/9)이 4.19개로 최근 10년 중 최다였다. 경기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KBO는 스트라이크존(S존)을 확대했다. 그 결과 9이닝당 볼넷이 3.46개(26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수치 변화가 크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한 인위적인 처방이라는 평가다. 김시진 전 감독의 얘길 듣던 선동열 전 감독이 동조했다. 선 전 감독은 "기술보다 체력을 먼저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기본"이라며 "선수는 하체를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지금은 (근육 훈련인)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이 의존한다. 웨이트도 물론 중요한데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러닝"이라고 강조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현역 시절 하체의 중심이동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간 후 공을 놓았다. 굽혀진 오른 무릎이 지면에 거의 닿을 만큼 하체 밸런스가 안정적이었다. 공에 체중이 실리니 타자가 느끼는 체감 구속은 더 빨랐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SSG 랜더스)이 등판 다음 날 가장 먼저 하는 것도 러닝이다. 러닝은 피로물질인 젖산을 빼내는 좋은 방법이면서 하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효과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아 많은 선수가 중요성을 간과한다. 선동열 전 감독은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는 표현을 안 쓰려고 하는데 우리 때는 할 수 있는 게 그거(러닝)밖에 없었다. 그렇게 밑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았던 거"라며 "그게 기본기다. 그런데 유소년 야구에선 기본보다 기술(장착)에 다들 매달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기본기를 강조한 건 타자 출신 이만수 전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 전 감독은 SK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는 1년에 전국 50여 학교를 방문, 수백 명의 아마야구 선수를 직접 만났다. 이만수 전 감독은 "재능기부를 하면서 러닝을 시키니 '많이 뛰게 한다'는 민원이 들어오더라. 심각한 문제"라며 "선 감독의 말처럼 옛날에는 겨울이면 체력 훈련을 했다. 기본이 되는 훈련 중 하나가 러닝”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프로야구에선 점점 ‘완투’가 사라지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완투는 총 6회. 지난해(13회)의 절반 수준이다. 완투형 선발 투수가 사라지면서 한해 200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 투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불펜 분업화가 표면적 이유지만, 투수의 기본적인 능력도 하향 평준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선발 투수가 던지는 한 경기 평균 투구 수가 89개로 90구가 되지 않는다. 김시진 전 감독은 "공을 던지는데, 파워가 필요하지 굳이 러닝까지 해야 하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공을 잘 던지려면 강하면서도 부드러워야 한다"며 "시즌 전 스프링캠프를 가면 투수들이 50개 이상을 던지지 않으려고 한다. (부상 방지 차원에서) 적게 던지면 좋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기술을 갖추고 부드럽게 던지면 100구를 투구하더라도 피로도가 훨씬 덜 하다"고 조언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웨이트만 하니까 부드러움이 없다. 그렇게 훈련하면 롱런하기 힘들다"며 "(한 경기에서) 100구 이상을 던지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유소년 야구 지도자들이 문화체육관광부나 교육부에서 정식 직원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서 월급 받으면 기본기를 충실하게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학부모의 돈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진학이 중요하니 초등학생이 고등학생 훈련을 하고, 중학생이 프로에서 하는 훈련을 한다. 안타깝다. 제도가 먼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성적만 바라보고 훈련하면 자칫 기본을 망각할 수 있다. 선동열 전 감독은 "하나를 얻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어디 있나"라고 되물으며 "톱 클래스에 있는 선수는 그 정도의 능력이 있으니까 문제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노력해야 한다. 많이 던져봐야 스트라이크도 던질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은 '던지면 망가진다'는 생각이 너무 많다.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28 08:27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